남편이 시어머니와 시누이를 보러 일주일간 집을 비우게 됐다. 그래서 근 2년만에 온전히 나 혼자만의 일주일을 보내게 됐다. 남편이랑 같이 있는게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혼자인 시간이 너무 너무 좋다.
오늘은 시애틀의 겨울답지 않게 햇빛이 살짝 나와서 집에만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 없는 동안 실컷 먹을 나의 최애 아이템을 사러 나섰다.
나는 시애틀 도심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발라드(Ballard)라는 동네에 산다. 이 동네에 매주 일요일마다 들어서는 파머스 마켓은 타지역분들도 이곳을 많이 찾게 한다. 오늘 오랫만에 마켓도 들러봤다.
유난히 오늘은 영어가 아닌 언어가 많이 들려서 유럽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 동네가 시애틀에선 가장 유럽스러운 동네이기도 하고.
시장 끄트머리에 있는 식물과 커피를 파는 작은 수목원 카페에 들러 커피도 한 잔 샀다.
이 가게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몇 달 전에 영업을 시작했는데, 지난 2년을 잘 버티고 지금은 고객이 꽤 늘어난 것 같아 보였다. 주말에 바빠 보여서 참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최애 아이템을 사가지고 귀가. 그건 바로 이놈들.
무슨 이유에선지 난 땅콩을 무지막지하게 좋아한다. 혼자 살 땐 밥대신 땅콩만 먹었던 날도 부지기수였다. 결혼 후엔 남편과 같이 식사를 하게 되니 땅콩은 간식으로 조금씩 먹곤 했는데, 그래도 오늘 같이 혼자 있는 날엔 그동안 못먹었던 땅콩을 맘껏 먹어줘야 한다.
남편 없는 첫 날은 이렇게 조금 즐겁다. 일주일 뒤엔 그리워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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